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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6부작 웹드라마 ‘수리남’이 동명의 남미 국가 수리남 정부의 반발에 직면했다. 수리남을 ‘마약 국가’로 묘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출처=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예고편 캡처)
■ 드라마 수리남에 '진짜 수리남' 발끈…왜?

"수리남? 인구 50만의 작은 나라, 콜롬비아와 가까워 넘쳐나는 양질의 코카인…." (드라마 '수리남' 중)

지난 9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6부작 웹드라마 '수리남'. 영화 '범죄와의 전쟁' '공작' 등을 만든 윤종빈 감독의 작품으로 황정민·하정우 등 인기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동명(同名)의 남미 국가에서 활개를 치는 한국인 '마약왕'(전요환 역, 배우 황정민), 그리고 그를 잡기 위해 국가정보원 비밀 작전에 합류한 민간인 사업가(강인구 역, 배우 하정우)의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실제 수리남 현지에서 제작된 것은 아니고, 제주도와 도미니카 공화국 등에서 촬영이 진행됐습니다.

드라마가 방영되자 수리남 정부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자국을 '마약 국가'로 묘사한 스토리로 인해 국격이 손상됐다는 것입니다.


알베르트 람딘 수리남 외교 장관 / 지난 12일(현지 시각) 기자회견 중

"우리는 제작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 나온 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자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야기합니다. 전 세계가 보는 작품이고 좋지 않은 일이니 우리는 계속해서 주시할 것입니다."

수리남 정부는 제작사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와는 별도로, 우리나라 정부를 향해서도 공식 항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어 제목 자체가 국명(國名)인 드라마 '수리남'이 몰고 온 후폭풍을 들여다봤습니다.

■ 실화 '조봉행 사건' 모티프…수리남 정부와 '마약왕' 결탁 묘사

인구 약 60만 명의 남미 국가 수리남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실화에 기초했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 조직을 이끌다 2009년 브라질에서 체포된 이른바 '조봉행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1952년생 조봉행은 1980년대부터 선박 냉동 기사 등으로 일하며 수리남에 거주해왔습니다. 이후 여러 사업을 벌이다 마약 유통을 하게 됐고, 수리남 현지 고위층은 물론 남미 최대 마약밀매 조직과도 손을 잡으면서 '수리남 마약계 대부'가 됐습니다. 국내에서 운반책을 모집하는 등 마약 사업을 넓혀가던 그는 결국 국제 공조 수사로 붙잡혀 2011년 5월 국내로 압송됐습니다. 10년 형기를 채운 뒤에는 다시 수리남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 조직을 이끌다 2009년 브라질에서 체포된 이른바 ‘조봉행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사진 출처=‘수리남 마약왕’ 조봉행 검거 당시 KBS뉴스 보도 캡처)
드라마 속 수리남은 마약왕과 야합한 정부가 비리에 눈을 감으며, “전 국민 절반 이상이 마약 산업과 관련돼 있는” 국가로 그려진다. (사진 출처=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예고편 캡처)
드라마 속 수리남은 마약왕과 야합한 정부가 비리에 눈을 감으며, "전 국민 절반 이상이 마약 산업과 관련돼 있는" 국가로 그려집니다.

이에 수리남 정부는 작년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외교부가 영어 제목에서는 나라 이름을 넣지 않는 것으로 중재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분쟁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우리 외교 당국은 수리남 정부와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넷플릭스 시리즈 방영 이후 수리남 정부의 우리 정부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없었으며, 외교부는 수리남과의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해 지속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넷플릭스 코리아 측 홍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관련 이슈는 파악한 상황"이라면서도 "아직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입장이 마련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영화 '범죄도시·청년경찰'에 가리봉동·대림동 주민 반발도

영화·드라마 속 부정적 묘사에 해당 집단이 반발하는 일은 수리남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영화 '범죄도시'와 '청년경찰'이 개봉한 지난 2017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주민들과 영등포구 대림동 조선족(중국 동포) 주민들이 영화 내용에 반발한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2017년 당시 ‘범죄도시’, ‘청년경찰’ 영화에 대해 주민들은 ‘영화의 주제가 동네 이미지를 왜곡한다’, ‘조선족을 범죄 집단처럼 묘사했다’고 반발했다. (사진=영화 포스터 캡처)
'범죄도시'는 2007년 가리봉동 차이나타운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연변 출신 폭력 조직 '흑사파'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대림동 중국 동포 타운이 배경인 '청년경찰'은 초보 경찰관들이 조선족 폭력배 검거에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가리봉동과 대림동은 조선족 출신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동네인데요. 당시 주민들은 '영화의 주제가 동네 이미지를 왜곡한다' '조선족을 범죄 집단처럼 묘사했다'고 반발했습니다.

이로 인해 '범죄도시'의 경우 가제에 붙었던 '가리봉동' 지명이 빠졌고 대부분의 장면이 별도 세트장에서 촬영됐습니다. 상영 금지 가처분 소송에까지 휘말렸던 '청년경찰'은 제작사가 직접 사과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의 경우, 가리봉동 주민 반발로 가제에 붙었던 ‘가리봉동’ 지명이 빠졌고 대부분의 장면이 별도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사진 출처=영화 스틸컷 캡처)
김정룡 중국동포타운신문 편집국장은 "영화 등에서 조선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해 실제로 동포들 불만이 많다. 이런 '혐오와 차별'은 근절돼야 한다"며 "외국인들 가운데 '조선족 범죄율'이 높아 보이지만, 동포 수가 많기 때문에 그런 거지 절대적으로 따지면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다. 동포들이 한국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 사실도 조명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전문가 "문화적 국경 없어진 OTT 시대…더 많은 고민과 배려 필요"

물론 수리남 정부의 반발과 달리,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해당 드라마가 '마약 거래가 횡행하는 자국 사회의 실정을 잘 지적했다'고 호응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 조봉행과 친분이 있었다고 알려진 데시 바우테르서 전 수리남 대통령은 1999년 코카인 밀매 혐의로 네덜란드 현지 궐석재판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기도 했었는데요.

그렇지만 이번 논란이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영화 제목과 내용 등으로 국제 사회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오징어게임' 등 이른바 'K드라마'가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고 영향력도 커진 만큼, '책임의식'과 '문화 감수성'을 느끼고 부작용 또한 충분히 고려해 제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번 ‘수리남 논란’과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오징어게임’ 등 이른바 ‘K드라마’가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고 영향력도 커진 만큼, ‘책임의식’과 ‘문화 감수성’을 느끼고 부작용 또한 충분히 고려해 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 출처=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포스터 캡처)
윤석진 / 드라마 평론가,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흡입력이 있어서 저도 재밌게 봤는데, 보면서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게 세계적으로 반응을 얻으면 그 나라의 이미지는 어떻게 될까. '실화에 바탕을 뒀냐, 안 뒀냐'보다 '수리남 타깃팅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가 중요한데, 그걸 모르겠더라고요. 드라마는 수리남 얘기를 많이 했지만, 핵심은 그 나라가 아니라 거기서 악행을 저지른 '한국인 이야기'란 말이에요. 그렇다면 굳이 드라마 제목이 '수리남'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 거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렇게 한 나라를 타자화(他者化)시키는 건, 과거 서구에서 선입견을 갖고 동양 사회를 바라본 것처럼 '오만함'이나 '문화적 제국주의'로 비칠 수 있어요. 요즘처럼 문화적 국경이 없어져버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대'에서는 콘텐츠를 제작할 때 더 많은 고민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중국·일본 등을 '마약·폭력과 연계된 나라'로 그려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나라들은 이미 세계에 많이 알려졌고 국가 규모도 크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영상을 보면서도 '저 나라들에는 다른 면도 있다'고 여긴다"며 "반면에 수리남처럼 일반적으로 잘 모르는 나라를 그렇게 묘사하면 시청자들이 오해하기가 쉽다. 굳이 수리남을 언급하지 않고 가상의 국가를 설정해서 제작했어도 드라마의 기획 의도는 잘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수리남은 1975년 수교했습니다. 현지 교민은 약 50명입니다. 현재 수리남을 관할하는 주(駐)베네수엘라 한국 대사관은 교민들에게 안전을 당부한 상태입니다.

K드라마에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는 지금, 보다 섬세한 제작과 연출의 고민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취재 지원: 최민주 리서처)